배미향의 저녁스케치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10/29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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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는 굴 국밥집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늘 굴 냄새가 났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참관 수업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점심시간에 식당일이 제일 바빴기에 나는 엄마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6학년 마지막 봄, 일 학기 참관수업이었고 나는 여느 때처럼 국어 시간 발표할 시를 준비했습니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시였습니다. 엄마에 대해 쓰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셨기에 엄마가 늘 일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통영에서 해산물로 장사를 하십니다. 엄마의 손이 굴과 톳으로 인해 차가운 얼음물에서 퉁퉁 부어 이제는 굵고 빨간 손이 되었습니다. 나와 동생을 키우느라 늘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나도 커서 꼭 보답해 드리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서 있는 교실 뒤에서 ‘어디서 굴 냄새가 나네. 어디서 비린내가 나. 어디야? 아유, 여기 못 있겠어.’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뒤를 자세히 보니 엄마가 서 계셨습니다. 그 바쁜 오전 시간에 엄마는 나를 보러 와 주셨던 겁니다.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선생님이 나의 번호를 부르며 발표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했고 선생님은 크게 박수를 쳐 주셨습니다.‘이렇게 훌륭한 어머님이 있기에 우리 반에 똑 소리 나는 부반장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경화 어머님께 박수’엄마는 여전히 고개를 떨 구고 계셨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걸. 그 후 엄마는 동생의 참관수업도 가셨고 온몸에서 퍼지는 굴 냄새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동생이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야 엄마는 가게 문을 닫으셨지만 아직도 엄마는 통영에서 굴을 까십니다. 나는 세상 어떤 두려움도 겁나지 않습니다. 우리 엄마가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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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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