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10/28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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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부도로 아버지는 지방으로 가시고 엄마가 저희 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고 저는 새벽에 신문을 돌렸습니다. 어느 날 신문을 가지러 나온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잠깐 집으로 들어와라." 하시기에 들어가니 김밥 3줄을 호일에 말아 주시며 동생이랑 먹으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장애인이셨습니다. 칠판에 "일체유심조 :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 는 뜻의 글을 쓰신 후 "내가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마음은 지극히 정상인이다. 우리 앞으로 잘해 보자." 하시던 선생님. 그리고 2학기 초 수학여행을 가야하는데 저는 갈수가 없다고 말씀드리자 "학교에서 한반에 한명씩 무료로 수학여행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같이 가자."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 자비로 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저는 학교를 가지 않고 자동차 수리정비소에 들어가 돈 버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불편하신 다리로 계단이 높은 저희 집에 갔다가 제가 있는 곳을 오셨습니다. "여기서 일하느라 학교를 못나왔구나! 집에가 보니 아버지도 다시 오셨고 지금 네가 고2인데 공부를 잘하니 장학생으로 그리고 대학등록금 면제가 되는 대학을 가자! 나는 너보다 더 어려운 환경이었고 한쪽발이 장애인이어서 힘들었지만 나는 더 강한 마음으로 이겨냈단다." 그렇게 저는 대학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동창이 전화로 "선생님이 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대.”하길 래 병원으로 갔습니다. "늦게 알게 되었어요! 죄송해요." 하자 제 손을 잡으며 "많이 보고 싶었다." 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뒤 강원도로 내려가 고구마 농사를 하시던 선생님은 매년 고구마를 저희 집에 보내주곤 하셨는데..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선생님 저를 위해 해주셨던 모든 말씀 가슴에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이경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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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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