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 삶의 길목에서> 10/26
>> Up&Down <내 말 좀 들어봐요>
멀리 계시는 친정엄마랑 통화를 할 때면 속이 탑니다. 자주 통화를 하지만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고 제 목소리만 커집니다. ‘엄마, 식사 하셨어요? 엄마, 식사 하셨냐구요?’ 애들은 밥 챙겨줬니? 애들은 뭐 하니?’‘엄마, TV 소리 좀 줄여요. 아니, 세상에 TV 소리를 얼마나 크게 틀어 논 거예요?’ 방에 있던 애들이 나오더니 ‘엄마, 누가 들으면 외할머니랑 싸우는 줄 알겠어. 엄마 목소리가 더 커. 외할머니 귀 아프시겠어요.’ ‘아니, 외할머니가 귀가 안 들리셔서 큰일이다. 보청기를 하자고 해도 쓸모없다 하시고 저렇게 혼자 당신말만 하고 계시니...’‘엄마, 그래도 모르니까 한번 보청기 알아봐요. 일단 해보고 아니면 안 껴도 괜찮으니까 보청기 하러 갈까요? ’‘아이구 참, 외할머니 어쩜 좋으니’ 통화를 끝내고 넋두리를 하고 있는데 큰애가 웃습니다. ‘엄마, 외할머니는 귀가 안 좋아서 잘 안 들리시지만 엄마는 귀도 좋은데 왜 엄마 것만 듣고 내 말은 잘 안 들어? 왜 내말은 끝까지 안 듣고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지...참 아이러니 하죠?’ 기가 막혀서 웃었습니다. ‘내가 언제’‘엄마 자신이 더 잘 알겠죠. 상대방의 말을 자기 필요한 것만 듣고 나머지는 흘려듣는 거...’‘아니 엄마같이 너희들 말을 잘 들어주는 엄마가 어디 있다고,’ 옆에 있던 남편도 씩 웃습니다. ‘아니, 외할머니 걱정하고 있는데 왜 엄마한테 화살이야?’ ‘아니 지금 상황이 외할머니랑 엄마 상태가 비슷해보여서...누군가는 외치고 있는데 계속 당신 것만 말하고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 안타까워서...’저도 모르게 꼬리가 내려집니다. 넉넉한 마음 갖기가 힘든 각박한 현실입니다. 잠시 쉼 호흡 한 번 하면 될 텐데 뭐가 그리 조급한지...애들 하소연에 저를 다시 돌아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 잘 들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