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지역농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원로조합원 제주도 연수대상인데 참가하실 수 있는냐’는 거였습니다. ”갈 겁니다. 당연히 참석 할 겁니다.“ 간다고 대답은 했으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한지 2주도 안 된 아내를 돌봐야 하는 데 어쩐다? 내 어지러움 증이 장거리 여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물을 갈아 먹으면 배앓이를 하는데..이런저런 약도 먹고 있는데 탈은 없을지 등등. 나이 들면서 또래들이 그리워선지 제주도 여행 제안은 나를 들뜨게 했습니다. 출발 당일 새벽 북 파주 농협 주차장에 일찌감치 여든(80)살 전후 60여명이 모였습니다. 비행기에 오른 지 1시간.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관광이 시작 됐다. 버스는 달리고 가이드가 열심히 안내를 하나 얼른 숙소에 가 씻고 어젯밤 설친 잠이나 푹 잤으면 싶었습니다. 그렇게 첫째 날 관광이 끝나고 이튿날, 새벽같이 일어나 테라스 문 밖으로 나서니 맑고 푸른 바다가 싱그럽습니다. 얼마 만에 보는 바다인가...아들 딸 대학공부와 결혼만 시키면 부모 의무는 끝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식들 집 마련은 농사벌이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평생 헛돈 쓰지 않고 살아 왔으나 여기서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돈 되는 건 농토뿐. ”부족한 건 너희들이 살아가면서 갚아라.“ 고 했지만 수억 원 은행 빚은 어떻게 갚을지 가슴이 저리기만 합니다. 노후 보장이 안 된 부모는 결혼 기피 대상 1순위라는데, ‘여보 앞으로 우리 괜찮을까?’ 집값을 치르고 나오면서 우리 내외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납니다. 2박3일 제주도 일정을 마치고 서울 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오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같은 늙은이는 어디에도 없다싶습니다. 여행도 즐길 나이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